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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담배도 예외 없다"… 간접 흡연, 주변인 혈관 망가뜨려
니코틴이 포함된 전자담배의 증기(에어로졸)에 간접적으로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심혈관 건강이 심각하게 위협받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유럽심장학회 전문가 그룹은 담배, 전자담배, 가열 담배 등 모든 형태의 니코틴 제품이 심혈관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이 같은 사실을 밝혀냈다. 이번 연구는 니코틴 자체가 연소 여부와 관계없이 직접적인 심혈관 독소로 작용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연구팀은 기존의 연초 담배뿐만 아니라 전자담배, 가열 담배(궐련형 전자담배), 물담배 등 다양한 니코틴 전달 시스템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역학적, 기계적 증거를 통해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특히 연구팀은 12가지 핵심 정책 메시지를 도출하기 위해 니코틴이 혈관 및 대사에 미치는 해로움과 간접 흡연의 위험성, 그리고 심혈관 질환 발병의 주요 경로를 면밀히 검토했다. 이번 분석은 유럽심장학회가 니코틴 자체를 심혈관 독소로 규정한 최초의 전문가 합의문이다.
연구 결과, 전통적인 연초 흡연자와 비흡연자가 함께 거주할 경우 관상동맥 질환 위험이 30% 증가하며, 30분 미만의 짧은 간접 노출만으로도 혈관 내피세포(혈관 내부를 감싸고 있는 얇은 세포층) 기능이 급격히 저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전자담배의 경우에는 배출물을 '단순한 수증기'로 오해하지만, 실제로는 니코틴, 알데히드, 금속 입자 등이 포함되어 있어 실내 공기를 오염시킨다. 연구에 따르면 전자담배 사용자가 내뿜는 증기에 노출된 비흡연자 역시 혈관 내피세포 기능 장애와 혈관 염증 수치가 상승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니코틴이 단순한 중독 물질을 넘어 심혈관 질환을 유발하는 강력한 독소라고 강조했다. 니코틴은 교감신경계(위기 상황에서 신체를 긴장시키는 신경계)를 자극하여 심박수와 혈압을 높이고 심장의 산소 요구량을 증가시킨다. 이러한 작용은 활성산소(세포를 손상시키는 산화력이 강한 산소)를 생성하고 혈관 내피세포 기능을 떨어뜨려 동맥경화를 가속화한다. 이는 연소 과정이 없는 전자담배나 니코틴 파우치 같은 제품에서도 동일하게 관찰되는 현상으로, 니코틴 제품 중 심장과 혈관에 안전한 제품은 없다는 결론을 뒷받침한다.
이번 연구의 교신 저자인 토마스 뮌젤(Thomas Münzel) 교수는 "과학적 증거는 명백하다. 흡연, 가열, 증기 흡입 등 어떤 전달 방식을 취하더라도 심장과 혈관에 안전한 니코틴 형태는 없다"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정책 입안자들은 니코틴 제품이 '해로움 감소(harm reduction)' 도구라는 산업계의 주장을 거부하고, 모든 니코틴 제품에 대해 향료 금지, 세금 인상, 실내외 금연 구역 확대 등 강력하고 통일된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Nicotine and the cardiovascular system: unmasking a global public health threat, 니코틴과 심혈관계: 세계적 공중보건 위협의 실체를 밝히다)는 2025년 12월 국제학술지 '유럽 심장 저널(European Heart Journal)'에 게재됐다.